유교문화신문

[근곡 김홍엽의 유림일상-34]... 일본(日本) 정원(庭園)의 차경(借景)의 미학(美學) 뒤에 가려진 도경(盜景)의 역사(歷史)

유교문화신문 | 기사입력 2026/06/08 [18:17]

[근곡 김홍엽의 유림일상-34]... 일본(日本) 정원(庭園)의 차경(借景)의 미학(美學) 뒤에 가려진 도경(盜景)의 역사(歷史)

유교문화신문 | 입력 : 2026/06/0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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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엽 강북구지부 회장    

일본의 정원을 흔히 차경(借景)의 미학이라 한다. 정원 밖의 산과 숲, 하늘과 물길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여 자연과 인공이 하나가 되게 하는 정원 기법이다. 일본 정원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일본의 정원을 볼 때마다 차경이라는 말보다 도경(盜景)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물론 차경은 정원 조성 기법을 설명하는 전문 용어다.

 

하지만 일본의 박물관과 사찰, 그리고 곳곳의 문화공간에 남아 있는 수많은 한국 문화재를 마주할 때면, 그 아름다운 풍경 뒤에 가려진 아픈 역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국권이 약화되었던 시기를 거치며 우리의 문화유산은 수많은 수난을 겪었다.

 

어떤 것은 전쟁의 와중에 반출되었고, 어떤 것은 식민지배 과정에서 유출되었으며, 또 어떤 것은 지금까지도 타국의 전시실과 수장고에 머물러 있다.

 

정원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재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과연 누구의 역사이며 누구의 기억인가 하는 물음이다.

 

이번 일본 가족여행에서도 나는 관광객의 눈보다 국가유산지킴이의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가족들에게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며 함께 걸었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재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였다.

 

문화재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선조들의 삶과 정신, 그리고 민족의 혼이 담긴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전하는 일이다.

 

흩어진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고 그 가치를 기억하는 것 또한 국가유산을 지키는 중요한 실천이다.

 

일본 정원의 차경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도경을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야 할 책임의 무게를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긴다.

 

근곡(根穀) 김홍엽

성균관유도회 서울특별시본부 회장 

국가유산지킴이 김포문수산성지킴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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