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호성공신(扈聖功臣) 정신국(鄭信國) 비석 발견...병자호란 당시 오성위 위판을 받든 忠扈聖功臣 鄭信國 비석 발견 丙子胡亂 때 五聖位 位版을 받든 忠문재범 (前 문화재청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장・하남역사박물관장)
조선왕조는 현재 서울의 강북지역을 수도로 삼아서 본격적인 도시 개발을 시작한 이후, 한양 도성 주변에 분묘가 난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성종 때 『경국대전(經國大典)』이 완성되면서 한양도성의 10리 이내, 즉 성저십리(城底十里)에는 매장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속대전(續大典)』에서는 이를 더 강화시켜, ‘도성 10리 안으로 들어와 무덤을 쓴 자는 도원릉수목률(盜園陵樹木律)로 논죄한다’고 명시하였다.
조선시대 금장(禁葬)과 금송(禁松) 지역 등을 표시한 사산금표도(四山禁標圖)를 보면, 도성 동쪽 영역은 현재 우이천과 중랑천을 경계로 하고 있다.
따라서 왕릉을 비롯한 모든 무덤은 한양도성으로부터 10리 이상 떨어진 곳에 마련해야 했으며, 이 때문에 현재 서울의 은평구 진관동이나 노원구 월계동은 조선시대의 유력 계층의 무덤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서울 노원구의 초안산은 ‘성저 10리’를 벗어난 곳에 위치하는 낮은 구릉으로 여러 여건상 서울의 동북쪽에서 가장 좋은 묏자리였다.
따라서 초안산에는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양반과 전문직에 종사하였던 중인들 그리고 흔하지 않은 내시부터 상궁까지 당시 사회적 위계가 비교적 높았던 계층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으며 일부 서민 계층의 무덤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초안산 분묘군은 조선 초기부터 개항기까지 조선의 장묘문화 전반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 되었다.
이 때문에 2002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에서 최근 사적 정비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문화유산 조사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조선시대 노비의 비석이 발견되었다.
조선시대의 노비들은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계급으로 제대로 된 비석을 세울 수가 없었던 계층인데 조선시대의 유력 문중들만 묻힐 수 있었던 초안산에 비석을 갖춘 노비의 무덤이 있었던 것이 밝혀진 것이다.
비석은 1700년대에 가선대부(嘉善大夫) 품계를 받은 양반 무덤의 축대 사이에 폐기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비신의 상부는 흙더미에 묻혀 있어서 형태를 확인할 수 없으나 비신의 명문은 중앙에 ‘護聖義士 鄭君信國之墓’라고 되어 있고 좌우에 ‘配羅州崔氏祔左 配忠州金氏祔左’라고 새겨져 있어 3인의 묘갈(墓碣)임을 알 수 있다.
비석의 주인공인 정신국(鄭信國)은 성균관의 전복(典僕), 또는 수복(守僕)이었던 인물이다.
병자호란 당시 성균관의 학생들이 흩어지자 문선왕(文宣王)과 배위(配位)의 위판을 받들고 남한산성으로 향한 인물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호성공신(扈聖功臣)에 봉해졌으며 영조 대에 5대손인 정원교(鄭元僑)에게 쌀과 포를 지급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후 박참미(朴僭美)와 함께 정문(旌閭)되어 성균관의 남신문(南神門, 現 성균관대학교 정문의 탕평비 인근)에 정려각을 세워 성균관의 유생들에게 충의의 표상으로 본받도록 표창을 받은 인물이다.
영조는 3회에 걸쳐서 정신국의 충의를 칭찬하였으며, 순조도 신분을 뛰어넘는 충의의 표상으로 그를 언급한 바 있다.
기록에 따르면 영조 연간에도 정신국의 5세손인 정원교(鄭元僑)가 성균관의 수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집안은 대대로 성균관의 관노(館奴)였던 것 같다.
이는 그의 비문에 성(姓) 뒤에 공(公)이라 하지 않고 군(君)이라고 한 것도 이러한 그의 신분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신분의 구별이 엄격하였던 조선시대에 노비 신분의 천민으로서 묘비를 만들고 초안산에 묻힐 수 있었던 것은 호성공신(扈聖功臣)으로 봉해진 그의 생전의 업적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번에 발견된 성균관 노비의 비문을 통하여 신분제의 차별이 엄격하였던 조선시대에도 국가에 공을 세우면 최하층인 노비조차도 국가유공자로 예우를 받으며 일정 부분 사회적인 차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정신국의 묘비가 언제, 왜 폐기되어 양반 무덤의 축대 사이에 방치되게 되었는가 등에 대한 연구와 복원・정비・활용에 대한 대책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유교문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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